히가시노 게이고 단편 소설 - 교통경찰의 밤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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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을 알게되다.
추리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작가가 있다.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정보)
게이고를 알게 된 계기가 아마 영화 '비밀'이었던 것 같다. 당대 일본 최고의 여배우였던 히로스에 료코와 코바야시 카오루의 열연이 정말 감명 깊었다. 이후 원작이 소설인 것을 알게 되었고 게이고 작품들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던 것 같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 가가 형사 시리즈 등
교통경찰의 밤을 비롯하여 한국에서도 유명한 소설들이 너무 많다. 일본 소설은 왠지 모르게 추리와 미스터리 장르가 끌린다 이유가 뭘까? 일본 소설을 많이 접한 건 아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 야쿠마루 가쿠 등 관심 있는 작가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교통경찰의 밤은 꽤 오래전에 게이고 단편집으로 나왔었고 다시 출간되었다. 운전을 하면서 겪을 수 있을 법한 소재들로 6개의 단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책 두께도 작을뿐더러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짧은 단편들 안에서도 꽤나 반전의 요소들이 있었고 일상생활에서 겪어 봤거나 일어날 법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어서 책의 내용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하루 만에 읽어볼 수 있는 게이고의 '교통경찰의 밤' 추천을 드리면서 간단한 책 소개를 하고자 한다. 스포일러는 최소화하고 단편들의 간단한 소개와 느낀 점만 요약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건너가세요' 파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유튜브로 해당 파트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다. 그 영상 때문에 교통경찰의 밤을 읽게 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1. 천사의 귀
늦은 밤 두 차량이 교차로 근방에서 사고가 난다.
한 차는 외제차이며 커플이 타고 있다. 또 다른 차는 경차고 눈이 보이지 않는 여동생을 태운 차였다. 그리고 사고로 인해 여동생을 태우고 가던 경차 운전자는 숨을 거두게 된다. 어느 한쪽은 분명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어느 한쪽의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가 난 것이었다. 제목에서도 알듯이 '천사의 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를 칭한다. 시각 장애인의 발달된 청력과 기억력이 돋보이는 파트였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셋업이겠지만 필자는 천사의 귀 후반 반전에서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 죽은 오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눈먼 소녀의 활약이 돋보인다.
2. 중앙분리대
갑자기 도로로 끼어든 차량 때문에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반대에서 오던 차량과도 사고가 나면서 반대 차량의 운전자는 숨을 거두게 된다. 교통경찰은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사고로 죽은 남자의 부인, 미망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경찰은 내심 학창 시절부터 부인을 짝사랑했었고 학창 시절에 있었던 에필소드와 비슷한 억울한 사건이 지금 교통사고로 일어났던 것이다. 이 파트 또한 사고를 초례한 사람과 미망인 간의 반전의 요소가 숨어있다.
3. 위험한 초보운전
누구나 처음 운전을 시작할 때를 기억할 것이다.
초보운전과 관련된 에필소드다. 한적한 길에 두대의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중앙선이 있는 도로가 아니었고 왕복으로 차들이 움직이기엔 협소하고 폭이 애매한 도로였다. 앞차가 느릿느릿하게 주행을 하는 것을 보고 뒤차는 놀리듯이 바짝 따라간다. 앞차의 후미에는 '초보운전'이라고 붙어있어 뒤차는 재미 삼아 위협 운전을 하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모든 에필소드에 크고 작은 반전의 요소가 있는데 이 파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초보운전을 위협하는 운전자에 대한 복수가 치밀하게 계획된다. 누구나 처음부터 익숙하게 잘할 수 없다. 운전도 마찬가지며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도로에서는 배려와 안전운전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파트였다. 그리고 누구의 사소하고 작은 장난이 상대방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고 그 상처가 때로는 큰 증오와 복수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4. 건너가세요
가장 인상 깊게 읽은 파트였다. 나 하나쯤이야 생각하는 일에 누군가는 일생일대의 큰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불법 주차를 하게 된 남자. 다음 날 누가 본인의 차를 박고 도망간 것을 알게 된다. 애꿎은 화풀이를 여자 친구에게 하게 되고 이에 신고를 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불법주차가 말 그대로 불법인 걸 몰랐냐며 경찰에게 쓴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게 사고가 잊혀질 때쯤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차를 박고 간 가해자였다.
이 기회를 틈타 불법 주차를 하게 된 남자는 과잉 수리 내역서를 뽑아서 보상을 받는다. 그 이후로도 계속된 가해자의 연락. 불법 주차를 한 남자와 여자 친구는 불편한 내색을 하면서도 가해자가 베푸는 호의로 개인 별장에서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하여 별장에서의 시간에서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장난 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말로 이번 파트는 줄이고 싶다.
5. 버리지 말아 줘
무심코 차 창 밖으로 던진 쓰레기.
갑자기 날아든 찌그러진 깡통 캔이 동승하고 있던 여자 친구의 눈에 맞게 되고 한쪽을 실명하게 된다. 너무도 억울해서 깡통 캔을 가지고 앞 차량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은 포기를 하게 되고 유일한 증거물이었던 캔도 잃어버린다. 한편 앞 차량의 불륜 커플의 상황도 막장 드라마. 불륜 때문에 아내를 죽이려고 한다. 그 와중에 잃어버린 캔을 우연하게 경찰이 발견하게 되고..
무심결에 차 창 밖으로 던진 캔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돌아오게 된다.
6. 거울 속에서
여자가 몰던 차량과 스쿠터와 충돌로 인해 한 학생이 숨을 거둔다.
가해자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고가 일단락 됐지만 경찰은 사건을 지속적으로 수사하게 되고 하나씩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실 이번 파트는 진실과는 조금 다르게 해석을 하게 된다. 찝찝하면서도 의외의 파트였다.
모든 파트를 읽고 나서
6개의 파트를 읽는 동안 시간 가는 모를 만큼 몰입했다.
운전을 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도 있는 소재들이었고 예측 가능한 범주를 벗어날 듯 아닐 듯 꺾어 주는 반전이 흥미진진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 영화로 많이 리뉴얼이 되곤 하는데 몇몇의 파트를 각색해서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다.
게이고의 상상력은 역시나 역시가 아닐까? 가가 시리즈처럼 장편은 아니라 '가볍게 빨리 읽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예상외로 너무 빨리 읽혀버려서 오히려 아쉬웠다.
교통경찰의 밤을 읽고 전체적인 느낀 점은 사소하거나 무심한 행동 하나로 인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운전을 하는 상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규칙은 항상 성립한다는 걸 깨우치게 해 주려는 게이고의 큰 그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책을 리뷰하는 지금까지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싫어할 수가 없는 작가.
게이고의 다른 시리즈도 얼른 읽고 싶어 진다.